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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정말 더 똑똑한 AI가 필요할까?

신모델은 더 빨리 나오고 AI에 들어가는 돈은 더 커지고 있다. 더 똑똑한 모델이 실제 가치와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 조건은 무엇일까.

요즘 새로운 AI 모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예전만큼 설레지는 않는다.

물론 궁금하다. 새 모델이 나오면 결국 써본다.

그리고 대부분 이전보다 좋다.

코드를 조금 더 잘 짜고, 긴 작업을 더 오래 이어가고, 지시도 더 정확하게 이해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다른 생각 하나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좋아지긴 했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많은 돈을 써야 할 정도로 좋아지고 있는 걸까?

나는 2024년부터 코딩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AI를 꽤 많이 사용해왔다.

처음에는 AI가 못해서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복잡한 코드를 맡기면 중간에 길을 잃었고, 긴 작업은 내가 계속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Claude Opus 4.5를 처음 사용했을 때도 그랬고, GPT와 Codex 계열 모델들, 그리고 GLM-5.2를 사용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모델마다 잘하는 것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건 웬만하면 다 할 수 있겠는데?”

지금 내가 AI와 함께 만드는 결과물의 상당수는 사실 가장 최신 모델이 아니어도 만들 수 있다.

예전에는 AI의 능력이 부족해서 작업이 막혔다면, 이제는 오히려 내가 일을 어떻게 쪼개고, 어떤 맥락을 주고, 어떤 도구와 연결하느냐가 결과를 더 크게 바꿀 때가 많다.

그래서 가끔은 조금 과장해서 이런 생각까지 한다.

초지능이 아직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어쩌면 상당 부분 이미 와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는 건 아닐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장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그다음 모델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하게 신모델이 필요해지는 순간

2년 정도 AI를 사용하면서 반복해서 경험한 패턴이 하나 있다.

새 모델이 나오면 처음에는 정말 좋다.

이전 모델에서 답답했던 부분이 해결되고, 결과물의 완성도가 확 올라간 느낌이 든다.

나 역시 새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여러 번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굳이 다른 모델이 필요할까?”

그런데 몇 달 정도 사용하다 보면 묘하게 처음의 만족감이 사라질 때가 있다.

긴 작업에서 놓치는 내용이 늘어난 것 같고, 처음보다 덜 깊이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은 요청을 했는데 예전보다 결과가 아쉽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이런 생각을 한다.

“요즘 왜 이렇게 답답하지?”

그리고 다른 모델로 옮겨야 하나 고민할 즈음, 묘하게 다음 모델이 등장한다.

새 모델은 다시 좋다.

벤치마크가 올라가고, 새로운 기능이 붙고, SNS에는 이전 모델과 비교하는 글이 쏟아진다.

나도 다시 최신 모델을 사용해본다.

여기에는 분명히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AI 회사가 새 모델을 팔기 위해 기존 모델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린다는 증거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의 트래픽이나 추론 설정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시스템 자체가 업데이트됐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모델에 익숙해지면서 기대치가 올라간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사용자로서 이 패턴을 반복해서 체감했다는 것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실제 모델 출시 간격도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Anthropic은 Claude 3를 2024년 3월 공개했고, Claude 4 세대는 2025년 5월 등장했다. 큰 세대 변화에는 1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후 Opus 4.5는 2025년 11월 24일, 4.6은 2026년 2월 5일, 4.7은 4월 16일, 4.8은 5월 28일에 이어졌다. 최근 Opus 계열에서는 약 두 달, 다시 두 달, 그리고 한 달 반 정도의 간격으로 새 버전이 등장한 셈이다.

OpenAI에서도 비슷한 압축이 보인다. GPT-5가 2025년 8월 7일 출시된 뒤 GPT-5.1은 11월 12일, GPT-5.2는 다시 12월 11일 공개됐다. 5.1에서 5.2까지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새로운 ‘세대’가 나온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몇 달만 지나도 새로운 숫자와 이름이 등장한다.

기술 경쟁이 그만큼 빨라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른 변화도 생긴다.

지금 쓰고 있는 모델이 낡았다고 느끼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그만큼 빨리 더 똑똑한 AI가 필요할까?

최신 모델이 더 좋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복잡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맡기거나, 수십 단계의 에이전트 작업을 수행하거나, 어려운 연구 문제를 해결할 때는 작은 성능 차이도 굉장히 중요할 수 있다.

95점과 97점의 차이가 실제 업무 성공률을 크게 바꾸는 영역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매일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메일을 작성하고,

문서를 요약하고,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엑셀을 분석하고,

간단한 코드를 수정한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작업의 상당수는 이미 몇 세대 전 모델에서도 가능했다.

내가 지금 AI와 함께 하는 일을 돌아봐도 그렇다.

지금과 정확히 같은 품질은 아니더라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는 이미 가능했다.

나는 이 차이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가 60점에서 90점이 되는 과정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변화였다.

하지만 95점에서 97점으로 가는 경쟁은 조금 다르다.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더 안정적으로, 더 정확하게, 더 긴 시간 동안 할 수 있게 만드는 경쟁에 가깝다.

그 ‘2점’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묻게 된다.

사용자가 얻는 추가 가치와 그 2점을 만들기 위해 산업이 쓰는 돈은 같은 속도로 커지고 있을까?

새 모델이 자주 나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도 아니다.

기술기업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출시 속도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필요한 개선의 속도와 산업이 투입하는 자본의 속도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의문을 훨씬 크게 만든 모델이 하나 있었다.

GLM-5.3-Flash를 보고 질문이 달라졌다

중국 Zhipu AI가 내놓은 GLM-5.3-Flash였다.

사실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성능 때문이었다.

그런데 모델을 조금 더 찾아보다가 오히려 다른 부분이 더 눈에 들어왔다.

Zhipu는 GLM-5.3-Flash의 사전 서비스 테스트를 약 10만 개의 중국산 AI 칩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수출규제로 최신 Nvidia 칩을 자유롭게 확보하기 어려운 중국에서 상당한 규모의 실제 추론 트래픽을 자국산 하드웨어로 처리했다는 의미였다.

이걸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굉장히 단순했다.

“어? 그러면 꼭 가장 좋은 칩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닌가?”

물론 이 사례 하나로 중국이 Nvidia에서 독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국산 칩이 Nvidia의 최신 GPU보다 좋다는 뜻도 아니고, 미국의 모든 프런티어 AI 시스템을 더 적은 자원으로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런데 제약이 만들어낸 방향은 흥미롭다.

최신 컴퓨팅을 원하는 만큼 확보할 수 없다면 결국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같은 자원으로 어떻게 더 많은 일을 할 것인가.

돈과 컴퓨팅이 귀해지면 자연스럽게 효율을 높일 이유가 생긴다.

그런데 미국의 AI 경쟁을 보고 있으면 거의 반대 방향의 그림이 보인다.

더 높은 성능을 위해 GPU를 더 확보하고,

GPU를 넣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더 짓고,

그 데이터센터를 돌리기 위해 전력과 네트워크를 더 확보한다.

그때부터 내가 가진 질문이 사용자 경험을 넘어 경제적인 질문으로 바뀌었다.

AI를 더 좋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말 계속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것일까?

그래서 미국 빅테크가 실제로 얼마를 쓰고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국이 쓰는 돈을 찾아봤다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2026년 주요 미국 빅테크가 집행하는 자본지출 규모는 약 7,000억 달러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왔다. AI와 클라우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서버, 네트워크 투자가 이 증가의 핵심 배경이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한다.

이 숫자가 전부 ‘순수 AI 투자’라는 뜻은 아니다.

기업별 CAPEX에는 일반 클라우드 인프라, 네트워크, 물류시설 등 다른 투자도 섞여 있다.

하지만 AI가 최근 자본지출 폭증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Alphabet의 2025년 실제 자본지출은 약 914억 달러였다. 회사는 2026년 자본지출 가이던스로 1,750억~1,850억 달러를 제시했다. 실제 지출과 전망치를 단순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증가다.

회사는 서버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등 AI 컴퓨팅 용량 확대를 주요 이유로 들었다.

물론 이 숫자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과투자라고 부를 수는 없다.

100원을 써서 향후 300원을 벌 수 있다면 오히려 최대한 빨리 100원을 투자하는 게 맞다.

그리고 실제 AI 수요도 존재한다.

Alphabet의 같은 실적에서 Google Cloud 매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컴퓨팅 공급도 여전히 빠듯했다.

그러니까 지금의 AI 붐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기술에 기업들이 돈만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AI는 실제로 쓰이고 있고, 실제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히려 질문이 더 어려워진다.

AI가 돈을 벌고 있다는 것과, 지금의 투자 규모가 좋은 투자라는 것은 같은 말일까?

AI가 돈을 버는 것과 좋은 투자인 것은 다르다

결국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단순했다.

AI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를 더 넣어야 하는가.

이 질문을 하면 자연스럽게 CAPEX를 보게 된다.

지금의 AI에서 CAPEX는 GPU이고, 서버이고, 데이터센터이고, 네트워크와 전력이다.

그리고 그 투자를 하고도 얼마나 많은 현금이 남는지를 보려면 FCF, 자유현금흐름을 봐야 한다.

최근 숫자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여기다.

Microsoft, Alphabet, Amazon, Meta, Oracle의 현재 투자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7년에는 이들 기업의 합산 CAPEX가 합산 자유현금흐름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새롭게 증가하는 영업현금 1달러당 약 1.57달러의 추가 자본지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걸 AI 버블의 증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볼 수도 있다.

지금 만들어놓은 데이터센터가 앞으로 10년 동안 엄청난 현금을 벌어준다면 현재의 투자는 역사적으로 매우 좋은 선택이 된다.

아마존이 AWS를 키우던 초기에 인프라에 돈을 쓰지 않았다면 오늘의 AWS도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건 투자액 그 자체가 아니다.

AI로 벌어들이는 돈이 증가하는 속도와, 그것을 만들기 위해 넣어야 하는 돈이 증가하는 속도 중 어느 쪽이 더 빠른가.

이 차이가 앞으로 훨씬 중요해질 것 같다.

Google이나 Meta 같은 인터넷 기업이 매력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적은 추가 자본으로 엄청난 규모의 사용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검색 사용자가 한 명 늘어난다고 검색창 하나를 새로 지을 필요는 없었다.

AI는 조금 다르다.

사용자가 더 많이 사용하면 더 많은 추론이 필요하고,

모델이 오래 생각하면 더 많은 연산이 필요하고,

그 연산을 처리하려면 더 많은 서버와 전력이 필요하다.

AI가 성장할수록 빅테크의 사업이 과거보다 조금 더 자본집약적인 사업으로 바뀌는 셈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단순히

“AI 매출이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가?”

만 묻는 것으로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 뒤에 한 문장을 더 붙여야 한다.

“그 매출을 만들기 위해 얼마를 다시 넣어야 했는데?”

어쩌면 부족한 건 더 높은 지능이 아닐 수도 있다

나는 AI의 미래에 꽤 긍정적이다.

오히려 직접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지금의 AI가 얼마나 강력한지도 잘 알고 있다.

이미 AI는 엄청난 양의 지식을 다루고,

코드를 작성하고,

문서를 분석하고,

이미지를 이해하고,

사람이 혼자라면 며칠씩 걸릴 작업을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한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부족한 것이 정말 지능 그 자체일까?

물론 95점짜리 AI를 97점으로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그 2점 덕분에 지금은 불가능한 과학 연구나 완전한 자율 에이전트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혁신은 아닐 것이다.

95점짜리 지능을 지금보다 10배 싸게 제공하는 것.

같은 컴퓨팅으로 10배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

이미 존재하는 AI를 사람들이 훨씬 잘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들도 그에 못지않은 변화일 수 있다.

나는 GLM-5.3-Flash를 보면서 이 가능성을 처음 강하게 생각하게 됐다.

AI 산업은 지금 인간에게 필요한 지능을 만드는 속도보다,

다음 모델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답은 모르겠다.

프런티어 모델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 수도 있고, 앞으로 AI 사용량이 수십 배 증가해서 지금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오히려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제는 누가 가장 높은 벤치마크를 기록했는지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AI로 벌어들이는 돈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자본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그리고 투자한 뒤 실제로 얼마가 남는지.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

누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결국 지금의 거대한 AI 투자 경쟁이 옳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AI는 계속 좋아지고 있다.

이제 내가 궁금한 것은 단순히 다음 모델이 얼마나 더 똑똑해졌는지가 아니다.

그 AI를 조금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점점 얼마를 더 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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